교구장 주교들을 비롯한 전국 교구와 수도회의 사제와 수도자 3463명이 3월 30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사제들은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승복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헌법재판소의 교만으로 신속하고 단호한 심판을 기다렸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고,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사제들은 이어 헌법재판소를 향해 “군경을 동원해서 국회와 선관위를 봉쇄 장악하고 정치인과 법관들을 체포하려 했던 위헌·위법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가늠하는 것이, 그를 어떻게 해야 국익에 부합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는다”며 “한참 늦었으나 이제라도 당장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길 바라며, 이것은 헌법재판소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이라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또 “주권자인 국민은 법의 일점일획조차 무겁고 무섭게 여기는데, 법을 관장하고 법리를 해석하는 기술 관료들은 마치 법의 지배자인 듯 짓뭉개고 있다”며 “미력한 사제, 수도자들이지만 불의의 문을 부수고 거짓의 빗장을 깨뜨리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등 주교 9명, 사제 2118명, 수도자 1336명이 올렸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 천주교 사제·수도자 3462인 시국선언문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승복하라! 1. 어두울 때마다 빛이 되어 주시는 분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치유와 회복이 절실한 모든 분에게, 특히 산불로 쓰라린 아픔을 겪고 계신 많은 분에게 하느님의 위로가 있기를 빕니다. 불안과 불면의 혹한을 견디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기다렸던 봄에 이런 재앙을 당하고 보니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2. 울창했던 숲과 집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 것처럼 일제와 싸우고 독재에 맞서 쟁취했던 도의와 가치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작년 그날 마음에서 지운 윤석열 씨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마는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대통령의 수족들이 우리 역사에 무서운 죄를 짓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먼저 공직의 타락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는 “국회가 선출한 3인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의 의무 위반”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듣고도 애써 공석을 채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의 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내려진 법적 판단이니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며 국민을 훈계합니다. 총리의 이중적 처신은 헌법재판소가 초래한 것이기도 합니다. “피소추인이 헌법수호와 법령을 성실히 준수해야 할 의무(헌법 제66조, 제111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했다”고 말한 뒤, 그렇다고 “파면할 만한 잘못”, 곧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직무에 복귀시켰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었지만 죄인으로 볼 수 없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서울중앙지법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검찰총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맞장구치는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생겨났겠습니까? 대한민국을 통째로 태우려던 불길은 군을 동원한 쿠데타를 넘어 사법 쿠데타로 번졌으며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4. 그 다음은 헌법재판소의 교만입니다. 억장이 무너지고 천불이 납니다. 신속하고 단호한 심판을 기다렸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화재를 진압해야할 소방관이 도리어 방화에 가담하는 꼴입니다. 여덟 명 재판관에게 묻겠습니다. 군경을 동원해서 국회와 선관위를 봉쇄 장악하고 정치인과 법관들을 체포하려 했던 위헌·위법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가늠하는 것이, 그를 어떻게 해야 국익에 부합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가타부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재판관들에게 성경의 단순한 원칙을 전합니다. “너희는 말할 때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한참 늦었으나 이제라도 당장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십시오. 헌법재판소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입니다. 5. 주권자인 국민은 법의 일점일획조차 무겁고 무섭게 여기는데 법을 관장하고 법리를 해석하는 기술 관료들이 마치 법의 지배자인 듯 짓뭉개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에 난입했던 폭도들 이상으로 법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합니다. 아무도 “이처럼 올바른 규정과 법규들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신명 4,4)고 자부할 수 없습니다. 잠자리에 들어도 대부분 잠들지 못하는 날, 듣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깨어 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 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악마를 대적하십시오.”(1베드 5,8-9) 정의 없는 국가란 ‘강도떼’나 다름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만도 못한 ‘사자들’이 우리 미래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6.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졌고, 땅이 꺼졌고, 새싹이 움트던 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멀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많은 분들이 밤낮 낮은 데서 궂은일 도맡아 주고 계시므로 올해 민주 농사는 원만하고 풍요로울 것입니다. 화마도 태울 수 없고, 내란 세력도 빼앗을 수 없는 귀한 마음으로 약한 존재들을 보살핍시다. 미력한 사제, 수도자들이지만 저희도 불의의 문을 부수고 거짓의 빗장을 깨뜨리는 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2025년 3월 30일 아름다운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사순절 제4주일에 천주교 사제·수도자 3462인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재)바보의나눔, 4월 30일까지 ‘산불 피해 긴급구호 모금’ 대구대교구 모든 본당 2차 헌금…교구 사회복지회, 경북 의성 산불 현장 찾아 식사 지원 봉사 대구가톨릭대, 산불 피해 학생 대상 특별 장학금 지급 막대한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경남 지역에 따뜻한 위로와 정성이 모이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주교회의와 각 교구는 긴급 구호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2차 헌금과 위로 미사도 이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8일 전보를 통해 “희생자들의 영혼을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에 위로와 치유, 그리고 굳셈의 축복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간구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3월 26일 위로 메시지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 모든 구성원은 하느님께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힘을 주시고 새로운 희망을 북돋아 주시도록 기도하고 있다”며 “한국 천주교회는 한시라도 빨리 모든 산불이 진화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며, 피해 복구와 재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춘계 정기총회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해 주교회의와 각 교구가 긴급 구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대교구도 전국적인 대형 산불로 큰 피해와 함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한 위로와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고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위로와 애도 메시지에서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희생된 모든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며 “삶의 터전을 잃고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주님의 위로와 치유의 손길이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오승원 아냐시오 신부, 이하 본부)와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구요비 욥 주교)은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3월 27일부터 4월 30일까지 ‘산불 피해 긴급구호 모금’을 하고, 이를 통해 2억 원 규모의 기금을 지원한다. 바보의나눔은 긴급구호 기금 1억 원을 피해 지역이 속한 교구 및 지역 사회복지기관 등을 통해 나누기로 했다. 이와 함께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2025 산불 피해 지원 특별 모금’도 진행한다. 기부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www.obos.or.kr)와 바보의나눔(www.babo.or.kr)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참여할 수 있다. 대구대교구는 3월 26~27일 공문을 통해 모든 본당이 경북 지역 산불 피해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2차 헌금을 실시해 달라고 공지했다.교구 내 각 본당은 3월 30일(사순 제4주일) 또는 4월 6일(사순 제5주일) 2차 헌금을 한다.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국장 김기진 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3월 26일부터 경북 의성 산불 현장 이재민들을 위한 식사 지원에 나섰다. 사회복지회 은퇴 및 현직자로 구성된 ‘OB봉사단’을 주축으로 한 봉사자들은 이재민 대피소로 운영되고 있는 의성군 유니텍고등학교에서 밥과 국, 밑반찬 등 도시락을 직접 조리해 제공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총장 성한기 요셉)도 산불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장학금을 지급한다. 대구가톨릭대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피해 학생들에게 최대 1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산불 피해 긴급구호 모금 바로가기 ※ (재)바보의나눔 산불피해 지원 특별모금 바로가기 ※ 안동교구 2차 헌금 계좌: 농협 301-0316-4127-41 재단법인천주교안동교구유지재단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 명칭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으로 변경 ‘한국 천주교회 주일학교 교리교사 양성 지침’, '방송 미사에 관한 지침’ 승인 교구대회 원활한 준비 위해 모든 교구에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구성 주교회의·각 교구, 산불 피해 주민 돕기 위한 긴급 구호금 지원 한국교회가 ‘시노드 교회’ 실현에 속도를 낸다. 주교회의와 각 교구에 ‘시노드 팀’을 만들고, 평신도·수도자·성직자가 함께하는 교구별 시노드 모임을 열어 친교와 참여, 사명의 시노드 정신 확산의 기폭제로 삼는다. 본당 사제들을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2025년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이어질 시노드 이행 단계 동반과 평가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교구별 시노드 팀과 주교회의 시노드 팀을 각각 구성하기로 했다. 시노드 관련 주교회의 대표 주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맡는다. 아울러 평신도·수도자·성직자가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 모임은 교구 차원에서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전국 단위 시노드 모임은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서 양성한 사제들로 교구 차원 모임이 활성화된 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은 6월 17일부터 2박3일간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개최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는 단행본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이용훈 주교는 26일 열린 교계 기자단 간담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시노드 교회 실현이 교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계신다”며 “누구보다 본당 사제들이 신자분들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경청하며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교회의는 아울러 이번 정기총회에서 사회홍보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의 명칭을 올해부터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신문·방송 등 언론뿐 아니라 뉴미디어와 공연예술 등 대중문화 전반의 우수한 작품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시상 부문도 ▲방송영화(TV, 라디오, 영화) ▲뉴미디어(인터넷 및 모바일 콘텐츠) ▲신문잡지출판(신문, 잡지, 출판 등) ▲공연예술(연극, 뮤지컬, 공연 등) 등으로 확대했다. 교리교육위원회가 제출한 ‘한국 천주교회 주일학교 교리교사 양성 지침’도 승인했다. 교리교육위원회는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주일학교 학생들의 복음화와 그들의 신앙 여정을 동반하는 교리교사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 발맞춰, 보편교회가 제시하는 교리교사 양성에 기초해 한국교회가 공통된 지향과 기준에 따라 양성에 나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각 교구 청소년국의 교리교사 양성 실태를 조사해 지침을 마련했다. 44쪽 분량의 지침은 올해 8월경 출판될 예정이다. 미디어 종사자들과 전례 담당자들이 방송 미사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신자들이 방송 미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방송 미사에 관한 지침’도 정기총회에서 승인됐다. 주교회의는 이밖에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교구대회의 원활한 준비를 위해 모든 교구가 ‘교구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재 수원, 인천, 청주, 제주교구 등이 조직위원회를 발족하고 교구대회 준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올해 11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복음화위원회 주최 ‘제2회 아시아 선교 대회’에는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손삼석(요셉) 주교, 문창우(비오) 주교, 김주영(시몬) 주교, 김종강(시몬) 주교, 서상범(티토) 주교,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가 사제·수도자·평신도들과 함께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2028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제54차 세계성체대회 한국 대표에는 정신철 주교가 선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정한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 동정 선택 기념일’(9월 25일) 전례문의 우리말 번역문을 승인하고 사도좌에 추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경상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안동교구와 마산교구 성당과 신자들의 피해가 속속 보고되는 가운데, 3월 26일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드리는 위로문’을 발표하고 “피해 복구와 재건을 위해 적극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주교회의는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와 각 교구가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해 긴급 구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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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가톨릭신문으로 보는 한국교회 100년](1) 한국 천주교회 100년, 그 빛과 그림자

1927년, 일제의 억압적 식민통치 아래에서 우리 민족은 숨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일제는 온갖 수단으로 민족 문화를 말살하려 했고, 경제적인 수탈이 극심해졌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탄압은 민족운동과 사회운동 확산의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그해 11월 시작돼 전국적인 학생 시위로 확대된 광주학생운동은 이후 1930년대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혹독한 억압의 시기, 그해 4월 1일 한 줌의 젊은 평신도들이 가톨릭신문의 전신인 ‘천주교회보’를 창간했습니다. 오는 2027년은 가톨릭신문 창간 100주년입니다. 이를 2년 앞두고 가톨릭신문, 그리고 한국교회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총 100회 남짓 이어질 성찰에 독자여러분의 깊은 관심 바랍니다. 교회와 민족과 함께한 100년 한국 가톨릭 언론의 효시가 된 작지만 소중한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2027년 창간 100주년을 2년 남짓 남겼습니다. 평신도들의 자발적 신앙의 수용으로 시작된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이 1784년의 일입니다. 가톨릭신문이 그중 100년을 함께했으니 한국교회 역사의 거의 반을 함께 살아온 셈입니다. 게다가 지난 100년은 유례없는 격동의 시기였기에 가톨릭신문의 역사는 교회와 민족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복음 선포의 증언과 민족적 사명 이는 교회의 복음선포에 대한 증언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 자비 속에서 참 하느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민족을 이끌어야 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민족적 사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기도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신앙 수용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졌습니다. 선조들은 유교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탐구한 서학으로부터 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온갖 박해를 겪어내면서 평등한 세상에서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교회는 박해의 끝에 신앙의 자유를 얻어냈지만 숨을 고르기도 전에 일제의 억압 속에서 민족과 함께 다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해방의 함성이 잦아들기도 전에 민족은 외세에 의해 허리가 잘려 서로 총부리를 겨눠야 했고, 분단된 조국에서 교회는 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나섰습니다. 빛과 그림자 험난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한국교회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역사 안에서, 빛과 희망은 물론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어두운 그림자도 발견합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 생존과 존엄보다는 교회의 존립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교회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일제에 부역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합니다. 분단된 조국에서, 멸공 이데올로기를 신봉함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저해했다고도 합니다. 독재에 대한 저항을 통해 한국교회는 양심의 보루가 됐습니다. 독재와의 투쟁에 몸 사리지 않음으로써,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가장 빛났습니다. 조선시대 왕조의 억압과 수탈 속에서 고통받던 민중들이 교회로 모여들었듯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복음적 실천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습니다. 물론 우리는 역사적 평가를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의 기준으로만 내릴 수 없습니다. 모든 사건과 인물은 시대의 한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사의 빛과 그림자가 모두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 역사를 목격하고 증언했던 가톨릭신문도 제외될 수 없습니다. 유례없는 격동 휘몰아친 근현대 교회·민족과 생사고락 함께하며 창간 100주년 맞는 가톨릭신문 눈부시게 성장한 교회와 함께 새로운 100년 역사 밑거름 될 것 한국교회와 가톨릭신문의 역사를 성찰하기에 앞서 한국교회의 역사, 특히 가톨릭신문이 취재하고 보도했던 지난 100년의 한국 교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분단된 조국 가톨릭신문이 ‘천주교회보’라는 이름으로 창간됐을 때 문맹률은 80%였습니다. 여기에 교회는 작고 보잘것없었음을 생각할 때, 가톨릭신문을 창간한다는 것은 만용에 가까웠습니다. 교회는 1895년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 1910년 한일합방까지 매년 7%의 교세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해방 전까지 2.73%에 머물렀습니다. 일제의 억압 때문이었지만 민족의 고통을 외면한 교회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1945년 해방을 맞아 교회는 선교와 사회사목 활동에 적극 임했고, 청년운동과 가톨릭액션이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교회는 혹독한 탄압을 받았고, 곧바로 발발한 전쟁으로 전체 교회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후 한국교회에서 멸공 이데올로기는 지배적인 이념이 됐습니다. 외국 교회의 지원에 힘입어 성당 건립과 사회사업, 교육사업이 활기를 띠고 이는 신자 증가율에 크게 기여, 50년대 신자 증가율은 무려 연 16.5%에 달했습니다. 교회 쇄신과 사회정의 실현 1962년 10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려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적 쇄신을 일깨우고 세상을 향해 창을 열라는 공의회의 가르침은 교회의 쇄신과 세상에 대한 봉사, 사회적 책임을 일깨웠습니다. 이는 인권 수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습니다. 교회는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 우리 사회 최후의 양심으로 자리 잡아 민주화를 주도했습니다. 한국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예언자적 소명 실천과 함께 대규모 종교집회에 의해서도 이뤄졌습니다. 두 차례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과 순교자 103위 시성식 등을 통해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지명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는 폭발적인 교세 신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질적 성숙의 요구와 제삼천년기 90년대 들어 교회는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숙이 요구됐습니다. 성장이 둔화하고 높은 냉담률과 저조한 성사 참여율이 고착됐습니다. 성장 요인들의 효과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고, 교회의 체제유지적이고 중산층화된 모습은 복음적 공동체의 매력을 퇴색시켰습니다. 이후 뚜렷한 사목적 돌파구를 발견하지 못한 채 제삼천년기를 맞게 됩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제삼천년기 새 복음화의 기치를 올리며 쇄신과 변혁을 꾀하던 교회는, 교회 안팎에서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이는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보편교회 전체의 깊은 고민을 가져왔습니다. 2019년 중국에서 시작돼 수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감염병은 우리 사회와 교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그 뿌리부터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는 전쟁과 기후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들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했습니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교황 사임 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면모를 제시했습니다. 그러한 고민들에 대한 가장 총체적인 논의의 장으로서, 교회는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를 개최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세계교회와 함께, 시노드의 결과를 바탕으로 자기 쇄신과 세상을 향한 봉사에 기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COVER STORY - 청년, 희망의 현재 진행형] ①청년, 종교를 떠나다

청년들이 종교를 떠나고 있다. 한국리서치 ‘2024 종교 인식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믿지 않는 청년이 약 70%에 이른다. 많은 청년이 ▲전통적 종교 가치관(도그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어서 ▲시대 감수성과 교리 사이의 괴리를 느껴서 ▲밀착된 관계가 부담스러워서 마음이 떠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명상, 심리·철학적 탐구 등 대안적 영성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영적으로 목마른 그들은 왜 정작 종교 안에서는 갈증을 채우지 못할까. 청년들의 탈종교 현상을 분석하고, 그들이 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귀 기울여 봤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한국교회에서 청년 신자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따르면, 20대 청년 신자는 2015년 77만1251명(전체 신자 13.6%), 2019년 78만9368명(전체 신자 13.3%), 2023년 61만5668명(전체 신자 10.3%)까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자 수는 물론 전체 신자 중 비율까지 떨어진 것이다. 청년들의 탈종교 현상은 천주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교회 출석자 중 20대의 비중은 2017년 17%에 달했으나 2023년 6%로 줄었다. 이는 청년들이 종교에서 유의미한 효능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2023년 진행한 ‘기독청년 인식조사: 가치관, 마음, 신앙’ 조사에서 응답자 청년들은 교회를 떠났거나 떠나고 싶은 이유를 ▲매주 교회 다니는 게 부담스러워서 ▲신앙이 나의 삶에 도움 되지 않아서 ▲신앙심이 사라지거나 회의가 생겨서 등으로 밝혔다. 주일미사 참례 등 의무에 부담을 느끼는 천주교 냉담 청년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독실한 가정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현아(가명·30·안젤라)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냉담 중이다. 초등학생 때는 첫영성체 교리 수업에서 기도문 암기로 늘 1등, 중학생 때 전례 봉사도 했던 현아 씨는 이제 고해성사를 보는 법도 가물가물하다. “예수님은 여전히 호감이고 힘들 때 기도도 한다”는 현아 씨는 “그렇다고 그게 내가 의무감으로 매 주일 성당에서 시간을 ‘소비’할 이유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어떤 종교의식이든 일회성 행사처럼만 다가와요. 생존과 직결된 삶에 그것이 어떤 힘을 주는지도 체감한 적 없고요. 그래서 교회도 절도 다닐 생각 없어요.” #이성적사고 #시대감수성 #수평적관계 기성세대보다 높은 교육 수준에 힘입어 청년들은 신앙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무조건 따르기보다 스스로 탐구·확립하는 걸 선호한다. 인터넷·SNS가 능숙해 정보 접근성이 높아 다양한 해석, 비판적 견해를 두루 접해오기도 했다. 그래서 종교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고, 믿더라도 ‘무엇이 믿을 만한지’ 짚고 넘어간다. “‘아내는 주님께 순종하듯이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에페 5,22) 이런 표현이 성경에 나오면 합리적으로 해석해 주는 신부님도 있지만, 사실 설명이 부족할 때가 많아요.” 바이오 전공자 박가은(테클라·25·서울대교구 양천본당) 씨는 “우리는 빅뱅 이론과 진화론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개입과 창조를 강조하는 교회의 ‘진심’을 이해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본당 주일학교 교사로 6년간 활동한 박 씨는 “그런데 가르침은 거의 우리에게 ‘한쪽만 맞다’거나 ‘그냥 교회 입장이 그렇다’는 식으로 전달된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은 시대 감수성에도 깊이 공감한다.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이 성(젠더)평등, 성소수자 인권, 생명윤리 등 사회적 흐름과 충돌할 때 교회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인천교구 청년성서모임 봉사자 정구훈(이사악·37·인천교구 부평1동본당) 씨는 “도그마는 옳고 그름보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어른들은 이를 현대적 감수성과 조화롭게 풀어가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순종부터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래서 청년들은 ‘수평적 관계’를 좇는다. 끈끈한 친교가 아니라, 동등한 눈높이에서 서로 존중하며, 각자가 만난 예수님을 나누고 발견하면서 서로 인격적 관심을 기울이는 관계다. “친교를 핑계 삼아 지나친 ‘함께’(공동체주의)를 중시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봐요. 그 ‘함께’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외감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저 고인 물 같이 돼서 아무 의미 없는 만남 시간이 될 수 있겠죠.” 철학·종교 전공자 성유빈(에디트 슈타인·인천교구 마전동본당) 씨는 “청년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보다는 청춘 개개인을 봐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친교의 본질은 구렁에 빠진 친구가 있으면 올라올 수 있게 손을 내밀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현아 씨는 요가 강사다. “내적 균형이 최우선 가치”라는 그에게 명상은 일상이다. 오늘 아침도 현아 씨는 명상 도구인 싱잉볼(Singing bowl) 여러 개로 자신을 에워싸고,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침묵하며, 타종 소리를 매개 삼아 내면세계로 침잠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종교를 떠났다고 영성까지 잃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종교가 없었거나 종교를 떠난 많은 청년이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이하 SBNR) 활동에 심취한다. 청년들의 탈종교가 반드시 신앙심 부족이나 종교생활 거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청년들의 많은 수는 영적 갈망을 지니고 있다. 미국 설문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자신이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세대(18~29세)는 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를 떠난 청년 4명 중 1명이 스스로 영적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은 신자 청년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본지가 서울대교구 옥수동본당 부주임 김강룡(프란치스코) 신부와 ‘스레드’(Threads)를 통해 청년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에서도 응답한 청년의 79%가 영신수련과 같은 기도·묵상 피정에 참여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정규현 신부(마르티노·36·서울대교구·서강대 사회학과 박사 수료)는 “더 충만한 삶의 의미를 모색하고 내적 진정성에 귀 기울이며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도 많아지고 있다”며 “세대론에 빠져 청년들의 세태를 비판하고 쇄신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떠나보낸 아기와 화해하고, 하느님 품 안에서 희망 찾습니다

생명을 지우는 낙태는 교회에서 금하는 무거운 죄이다. 하지만 우리가 회개와 속죄의 사순 시기 후 기쁨의 부활을 맞듯, 교회는 낙태 경험자가 고통과 죄의식에서 벗어나 앞으로 기쁨 안에서 성가정을 이루고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 일환으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생명위)는 낙태 상처 치유 프로그램 및 미사 ‘희망으로 가는 길’을 주관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참가자들은 “같은 아픔을 지닌 많은 이들이 이 시간을 통해 함께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애도: “하느님 품에서 다시 하나 되길” “사랑하는 엄마, 엄마와 내가 한 몸이었을 때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아요. 엄마의 자궁 속에서 나는 많은 걱정거리였어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아기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되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다섯 명의 참가자가 3부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1부 ‘자신을 돌아보기, 아기와의 화해’를 진행한 봉사자 이숙희(데레사·수원교구 평촌본당) 씨는 참가자들이 애도 시간에 충분히 머물 수 있도록 살폈다. 이 씨가 “다들 일상에서 하느님께 감사하다가도 ‘나 죄지었는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게 될 것”이라며 “그냥 묻어두고 눌러놓았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라고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아기의 이름을 지은 뒤 화해와 용서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하트모양의 종이에 아기에게 쓴 편지는 3부인 미사 봉헌 시간에 촛불로 태워졌다. 생명위 담당 박진리 수녀(베리타스·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마련한 2부 ‘주님 안에 머무르기’에서는 명상과 함께 루카복음 15장 11절에서 32절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읽고 나눴다. 아버지가 돌아온 아들에게 입 맞추는 구절을 고른 정수미(가명) 씨는 “그동안 ‘아가들이 어디에서 떠돌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왔다”며 “오늘 강의 시간에 아가들이 고이 주님의 품 안에서 수호천사로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아이들이 입 맞춰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작은아들을 불쌍히 여기는 부분이 와닿았다는 이가은(가명) 씨는 “하느님이 얼마나 나를 불쌍하게 여기셨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항상 주님이 인자로우셔서 지금도 나를 가엾게 생각하시며 많은 은총을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3부에는 고해성사 후 생명위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레오) 주례의 미사가 계속됐다. 평화의 인사 시간에 참가자들은 마치 알던 사이인 것처럼 서로를 힘주어 안았다. 안주영(가명) 씨는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이라 애틋했고, 그간 아팠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 진애주(가명) 씨는 “항상 죄인처럼 살면서 죄책감으로 말도 잘 못 하고 ‘내 아기들이 또 다른 어둠 속에 있지 않을까’라고 늘 생각했는데 오늘 하느님 품에 있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며 “이곳으로 이끌어주신 하느님은 정말 너무 좋으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희망: 생명을 더하는 사람 되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봉사자들과 담당자들은 ‘희망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아픔을 승화시켜 생명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봉사자 이 씨는 “나와 화해하고 나를 용서하면, 앞으로 행복하게 살고 상대에게 축복의 말을 해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며 “용서받음을 통해서 내가 또 다른 누군가를 용서를 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어둠에 있어 들을 수 없었던 하느님의 희망과 생명의 말씀을 듣고 그 생명을 나누어 나의 말로 인해서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 때, 나는 치유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애도 시간 충분히 가진 뒤 화해와 용서의 편지 적어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켜 ‘생명 전하는 이’ 될 것 다짐 오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못 다 준 사랑을 다른 아이에게 더 주겠다는 마음을 다짐하는 등 기쁨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챙겨달라”며 “고통의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희망과 생명을 말하듯 여러분도 아픔을 딛고 일어나 생명을 전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수녀는 참가자들에게 낙태에 대해 언급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생명의 복음」 을 소개했다. “교회는 많은 경우에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무척 고통스럽고 거의 절망적이기도 한 결정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그 일은 분명히 엄청난 잘못이지만 실망에 굴복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전했다. 또한 박 수녀는 “회칙은 여러분 자신의 고통스러운 체험의 결과로 여러분은 생명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지닌 권리에 대한 설득력 있는 옹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동행: ‘돌아온 탕자’ 보듬는 교회 우리나라는 모든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통한 낙태죄 용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낙태 경험자들이 고해성사의 은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고해와 보속 후에도 죄책감 속에 시달리고 있다. 오 신부는 “아픈 경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내 삶의 여정에서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며 “치유의 과정을 통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같이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희망을 얻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해방의 희년’일 것”이라고 말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처럼 모든 것 용서하시는 하느님 죄책감에서 해방으로 건너가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박 수녀는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쁨을 얻고 자유로움을 느끼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길잃은 양을 돌보는 그리스도의 자비로운 사랑을 느끼게 된다”며 “이 시간은 ‘그때’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마주하고 들여다봄으로써 떠나보낸 아기와 화해를 하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봉사자 이 씨는 “많은 낙태 경험자들이 ‘나는 죄가 많으니까 용서받을 수 없다’는 생각 속에서 신앙생활을 기쁘게 못한다”며 “잘못한 부분을 분명히 아는 가운데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 생명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는 시작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생명위는 낙태 상처 치유 프로그램 및 미사 ‘희망으로 가는 길’을 8월을 제외하고 매월 두 번째 화요일에 진행한다. 7월과 10월에는 직장인들이 참가하기 쉽게 두 번째 토요일에 마련된다. 프로그램과 미사는 오후 1시 30분~4시 30분까지 서울대교구 교구청별관 6층 소성당에서 이어지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전 예약 등은 받지 않는다. ※ 문의 02-727-2353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POLL] 금육과 단식, 어떻게 생각하세요?

3월 가톨릭POLL 설문 결과, 응답자의 12%가 매주 금육재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 재의 수요일(3월 5일)에 47%가 단식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POLL’은 교회 내 여론에 귀 기울이고 친교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가톨릭신문과 서울대교구 가톨릭굿뉴스가 공동기획한 설문조사다. 3월 6~21일 ‘금육과 단식, 어떻게 생각하세요?’를 주제로 진행한 가톨릭POLL 3월 설문에는 1027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절반이 넘는 응답자(65%)가 매주 금육을 지키거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응답자 4명 중 1명은 금육을 지키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육을 지키려 하지만 가끔 고기를 먹는다는 답변이 343명(33%)으로 가장 많았고, 지키려 하지만 잘 안 지킨다는 답변이 206명(20%)으로 그 뒤를 이었다. 매주 금요일 반드시 금육을 지킨다는 응답은 126명(12%)이었다. 반면, 금육을 알고 있지만 지키지 않는다는 답변이 173명(17%)이었고, 금요일마다 금육인 것을 몰랐다는 이들도 62명(6%)으로 나타났다. 원래 채식을 하기 때문에 금육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답변도 21명(2%) 있었다. 지난 재의 수요일에 단식재를 준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81명(47%)이 지켰다고 응답했다. 단식재를 알았지만 못 지킨 사람은 309명(30%)이었고, 단식재를 몰라서 못 지켰다는 응답도 110명(11%)있었다. 신자들은 대부분 금육과 단식을 내 신앙에 도움이 되며, 기도와 같은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금육재에 대한 생각으로 신앙 성장에(30%),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19%), 생태에(19%)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어 의무감 때문에 불편하다(16%), 현대 사회와 맞지 않다(10%), 채식과 비슷하다(6%) 순으로 응답했다. 단식재에 관해서는 기도와 비슷하다(41%),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도움이 된다(19%), 마땅히 바쳐야 할 고행이다(18%), 단식재의 의무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10%), 다이어트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8%),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는 행위다(4%) 순으로 생각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대부분은 이번 주님 수난 성금요일(4월 18일)에 단식과 금육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답자 중 650명(63%)은 성금요일에 단식과 금육을, 211명(21%)은 단식은 어렵지만 금육은 실천하겠다고 응답했다. 금육/단식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기도, 희생, 애덕실천 등으로 동참하겠다는 응답도 137명(13%)에 달했다. 다만 응답자의 3%는 단식·금육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종합

사순 시기 하루도 빠짐없이 십자가의 길 기도

“아침밥을 먹으면 하루가 든든한 것처럼, 사순 시기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면 1년 신앙생활이 참 든든합니다.” 사순 2주를 보내고 있는 3월 21일 오후 1시, 대전교구 당진본당(주임 김경식 미카엘 신부) 삼봉공소에서는 십자가의 길을 함께하는 기도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순 시기면 어느 본당에서나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지만 삼봉공소의 기도는 조금 특별하다. 1995년부터 30년 동안 사순 시기면 하루도 빠짐없이 공소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기 때문이다. 많을 때는 몇십 명, 적게는 1명이라도 꼭 공소에서 기도를 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하게 된 계기는 어렵고 힘들어하는 신자에게 힘을 모아주기 위해서 였다고 한기섭(요셉) 공소회장은 회고했다. “공소 신자 중에 젊은 새댁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서 항상 열심히 기도를 했어요. 마침 사순 시기가 돌아와서 신자들이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해보자는 말이 나왔죠.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 동안 그 새댁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었어요. 신기하게도 기도를 시작한 그해에 아이가 들어서서 벌써 서른 살이 됐답니다.” 기도 때문에 아이가 생긴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함께한 기도는 삼봉공소 신자들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됐다. 예수님이 고통과 죽음을 이겨내고 부활하셨듯이, 각자의 삶에서 찾아오는 어려움을 기도를 통해 견뎌낸다면 밝은 빛을 맞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날 십자가의 길 기도에는 9명이 모였다.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이다 보니 한 회장은 가는 길에 마주친 신자에게 “십자가의 길 하러 가야지”라며 함께 차를 타고 공소로 향했다. 멀게는 차로 20~30분 걸리는 곳에 사는 신자를 위해 레지오 단장 김성신(마리아) 씨는 매일 자신의 차로 신자들을 태워와 함께 기도하고 돌아간다. 멀리서 어렵게 모인 신자들이 바치는 기도 시간은 20분가량. 짧은 시간이지만 기도를 마치고 공소를 나오는 신자들의 표정에서는 마음 가득히 기도를 했다는 든든함이 묻어났다. 이미라(엘리사벳) 씨는 “우연한 계기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하는 전통이 생겼지만, 매년 기도를 하면서 마음이 편하고 뿌듯해진 덕분에 우리 공소 신자들의 신앙이 더욱 깊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숙(마리아) 씨도 “하루에 20분, 어떻게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가 한마음으로 기도를 한다는 돈독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나면 밥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침착맨’ 운영자 이말년 씨, 바보의나눔에 1000만 원 기부

유튜브 채널 ‘침착맨’ 운영자인 이말년(본명 이병건) 웹툰 작가가 부캐인 ‘노르망디 독깨팔 크롱스’의 데뷔 1주년을 기념해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구요비 욥 주교)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장애, 질병 등을 앓는 가족을 부양해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들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2024년부터 바보의나눔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오는 이말년 작가의 누적 기부금은 현재까지 3500만 원에 달한다. 3월 19일 침착맨 유튜브 촬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기부금 전달식에서 바보의나눔 상임이사 김인권(요셉) 신부는 “가족돌봄청년 문제는 사회적으로 더욱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슈”라며 “침착맨의 관심과 기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말년 작가는 “가족돌봄청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부 소감을 밝혔다. 바보의나눔은 아픈 가족의 돌봄 및 간병, 생계활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돌봄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부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바보의나눔 누리집 내 ‘이른돌봄’ 모금 캠페인 웹페이지(www.babo.or.kr/youngcarer)를 통해 나눔에 함께할 수 있다.

광주전남김대중재단, 평전 「대주교 윤공희」 헌정

“사제로 살아온 75년 동안 버림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한 것 같아 축하받기보다는 스스로 반성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하루하루도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살아가겠습니다.” 광주전남김대중재단은 3월 20일 광주 라마다충장호텔에서 이날 사제 서품 75주년을 맞은 전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빅토리노·100)의 평전 「대주교 윤공희」(김형수 지음/592쪽/3만5000원/대중의책방) 헌정식을 개최했다. 윤 대주교는 광주전남김대중재단 최경주 대표와 저자 김형수 작가에게서 평전을 헌정 받은 뒤 “말은 날아가고 글은 머물러 남는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살아온 날들도 글이 되어 남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대주교 윤공희」는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독재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평화를 지켜온 윤 대주교의 생애를 6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지면에 담았다. 특히 윤 대주교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보호하고 진실을 알렸으며, 전두환을 만나 사형 판결을 받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감형을 끌어냈다. 최경주 대표는 “이번 평전은 한국 현대사와 한국 교회사의 역사적 대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좌표를 제시해 준 책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수 작가는 “윤 대주교님의 성품에 2000년 가톨릭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느끼고 그것을 책에 녹여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북한에서 태어난 윤 대주교님은 여러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끼셨기 때문에 그에 평생을 몸 바쳐 살아오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헌정식에는 특히 전현직 광주대교구장 4명이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축사에 나선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윤 대교주님은 고(故) 지학순 주교님과 함께 생사를 넘어 월남했고, 북한군 포로수용소에서 사목했으며, 로마 유학 시절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도 참여했다”며 “윤 대주교님은 우리 곁에서 오늘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계시다”고 덧붙였다. 제9대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는 헌정식 시작 기도에서 “윤 대주교는 70~80년대 우리나라가 독재적 억압의 어둠 속에서 절망할 때 생명의 존엄과 인간의 가치를 수호했다”며 “무엇보다도 1980년 5·18민주화운동 후의 한복판에서 시민들을 보호하며 진실을 알리고 정의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낸 주님의 착한 목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8대 광주대교구장 최창무(안드레아) 대주교는 건배 제의를 하며 “윤 대주교님은 항상 나에게 저 높이, 저 멀리 있는 등대이셨다”며 “늘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지 않는 별로 우리 교구에 남아 계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공사 강행 달성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 봉헌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자연습지인 대구 달성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미사가 봉헌된 현장은 대구시가 문화관광 거점 조성을 목적으로 강정보 디아크(The ARC·4대강 사업 홍보 건축물)와 달성습지를 교량으로 연결하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공사를 강행하는 곳이다. 달성습지 하류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포함돼 있으며, 겨울이면 흰죽지, 흰비오리뿐 아니라 큰고니나 큰기러기 같은 멸종위기종 조류도 찾는 곳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강정보로 인해 이곳은 매년 여름마다 녹조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다. 임성호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흐르지 않는 강은 생명력을 잃게 되고, 강물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그 허물과 죄악의 시작은 인간의 교만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이어 “크고 단단한 콘크리트처럼 우뚝 서 있는 그 힘이 우리에게는 힘에 부치지만, 하느님께 강이 원래대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인간의 개입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함께 바라고 기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지속적으로 ‘수문 개방’을 요청하면서, 교량 건설도 반대가 아닌 ‘공사위치 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금호대교 상류는 이미 개발된 영역이니 여기에 교량을 설치하고, 야생 영역인 달성습지는 보존하자는 취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프란치스코) 사무처장은 “강은 우리가 마실 물을 생산하는 원천”이라며 “보를 막아놓으니 녹조가 발생하고, 강물과 농작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