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세계청년대회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을 전달 받았다. 이로써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서울 WYD)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를 비롯해 한국교회 청년 등 60여 명의 WYD 상징물 전달식 순례단은 11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포르투갈 청년들로부터 세계청년대회 상징물을 전달 받았다. 전달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자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 미사 중 열렸다. WYD 상징물 전달식은 서울 WYD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총무 최인비(유스티노)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WYD 십자가를 청년들에게 내주었고, 세계청년대회는 WYD 십자가가 청년들에게 전달되면서 시작됐다”면서 “때문에 교회는 WYD 십자가 전달식을 차기 대회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WYD 상징물은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살아가며 낙담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초대이자 징표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청년들은 시련과 공개적인 수치 속에서도 하느님에 대한 예수님의 충실함에서 용기를 얻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영원한 왕국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심을 고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성체 후 진행된 WYD 전달식에서 교황은 미사를 함께 봉헌한 포르투갈과 한국의 청년들에게 환영 인사를 전했다. 교황은 “이 WYD 상징물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전 세계를 돌며 전하라고 맡기신 것”이라면서 한국 청년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로 하는 희망을 증언할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이 상징물들이 지나갈 곳마다 하느님의 사랑과 형제애가 자라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은 미사 후 이어진 삼종기도에서 한국 청년 두 명을 자신의 집무실로 초대했다. 그리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에게 한국과 포르투갈의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청했다. 이날 상징물 전달식에서 십자가를 받아온 제주교구 김하얀(아가타) 씨는 “십자가를 여러 교구의 청년들과 함께 들며 한국의 청년들이 힘을 합쳐 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함께 신앙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서울 WYD가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신앙 안에서 기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WYD 한국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포르투갈 청년들로부터 WYD 상징물을 받을 때 마음이 아주 울컥했고 청년 순례단 모두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라면서 “오늘의 이 뜨거운 열기가 2027년까지, 또 그 이후로 계속 이어지고 세계의 젊은이에게 전달돼 사랑의 열매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징표”라면서 “오는 2027년 서울 WYD가 그 주제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처럼 우리나라를 구원하고 또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이런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 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 문서 제4부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그물을 던진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요한 21,8.11) 모든 제자가 함께 그물을 끌어올리고, 여기에서 베드로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일은 각자 다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고유의 임무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곧 시노드 교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즉, 시노드 교회는 우리를 일치시키는 친교의 유대 위에, 모든 민족과 모든 문화의 장소(space)에서 세워진다. 제4부의 핵심은 첫 문단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된다. “교회가 뿌리내리고 순례하는 ‘장소(place)’의 개념이 크게 변화된 오늘날, 우리는 은사의 교환과 우리를 일치시키는 유대의 새로운 형태를 계발해야 합니다. 이는 자기들간에, 그리고 로마 주교와 일치를 이룬 주교들의 직무에 의해 지속됩니다.”(109항) 교회 뿌리내리고 순례하는 ‘장소’ 공간 개념 넘어 관계·문화로 연결 유대의 새로운 형태 계발 요청 단단히 뿌리내리되 순례자로서 “단단히 뿌리내리되 순례자로서”라는 표현은 “교회는 구원하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공유된 경험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의 뿌리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110항) “뿌리를 내린다”는 경험은 오늘날 ‘장소’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키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관련된다. 즉, ‘장소’는 더 이상 지리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관계와 문화적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문서는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서 ‘인구 이동’(112항)과 ‘디지털 문화의 확산’(113항)을 꼽는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인구 이동의 증가 현상이다. 이에 따라 “모두가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한 영향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상호문화적인 공동체를 세우라는 부름을 받는다(112항).” 또한 디지털 문화의 확산은 “일상 활동, 소통, 대인관계뿐 아니라 신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디지털 환경이 선교와 선포의 예언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113항).”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회는 “삶 속에서 ‘지역성’의 의미를 재고하고,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재검토”(114항)할 것을 요청받는다. ‘지역교회’인 교구는 “세례받은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친교를 가장 완전히 드러내는 기본 영역”(116항)이고 본당은 지역교회의 주요 조직 단위로서 “성찬례를 중심으로 모인, 관계, 환대, 식별, 선교의 특권적 장소”(117항)다. 축성생활회와 교회내의 다양한 단체 및 공동체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장소와 환경을 연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118항 참조).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사이의 ‘중간’ 공간에 위치한 관구, 국가 및 대륙 차원의 교회들에 더 높은 비중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사의 교환 다양한 카리스마와 사명을 지닌 예수님의 제자들로서, 우리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함께 걷고, 교회들 간에 은사를 교환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징표”(120항)다. 교회는 만남, 사회 정의, 소외된 이들의 수용, 민족들간의 친교, 공동의 집인 지구의 돌봄 등의 문화를 증진하는 관계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교회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건강한 상호성에 바탕을 두고, 연대의 정신으로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121항 참조) 대화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교환이 아니라 항상 ‘은사의 교환’이다.(122항) 지역교회들 관계 이끄는 원칙으로 대화 통한 은사의 교환 강조 주교회의와 여러 교회 회의들 거론…교회 일치 위한 교황 역할 중요시 일치의 유대:주교회의와 교회 회의들 문서는 “교회들 사이의 관계를 이끄는 원칙은 은사의 나눔을 통한 친교”(124항)라며, 이를 바탕으로 주교회의와 다양한 교회 회의들을 설명한다. ‘은사의 나눔을 통한 친교’의 원칙은 보편교회의 일치를 형성하는 유대를 중시하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포함한 각 지역교회의 고유한 맥락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주교회의는 교회 간 친교를 증진하고 사목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주교단의 단체성을 표현하고 실행하는 도구로서, 교회 간 유대 형성, 경험과 사목적 모범 사례의 공유, 신앙 생활을 다양한 문화에 적응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125항 참조). 문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한 “‘건실한 분권화’(16항)와 효과적인 문화 적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교회의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공의회 제도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129항)고 지적했다. 즉, 지역 및 전국 공의회는 정기적으로 소집돼야 하고, 공의회의 결론이 신속하게 공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마 주교의 봉사 지역교회의 중요성과 다양성이 인정될 때, 교회 안의 일치를 위한 로마 주교, 교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시노달리타스는 공동체적(모든 이), 단체적(일부), 개인적(하나) 측면을 결합한다(130항). 문서는 교황이 교회 일치의 기초이며, “교회적 친교 안에서 지역교회는 고유한 전통을 누리며, 교황의 수위권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교황의 직무 수행의 쇄신 역시 ‘건실한 분권화’의 전망 안에서 이뤄저야 함(134항)을 일깨웠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문서는 “동방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이들의 오랜 신학적, 교회법적, 전례적, 영적, 사목적 전통을 존중한다”(132항)고 확인했다. 주교 시노드는 시노달리타스와 단체성(collegiality)이 실현되는 가장 분명한 장이다. 오늘날 ‘단계적 과정’으로 변화된 시노드의 본질은 하느님 백성과 주교단, 교황 간의 본질적인 관계를 증진한다. 시노드 전체 과정을 통해 ‘모두(거룩한 하느님 백성)의 참여, 일부(주교단)의 사명, 한 사람(베드로의 후계자)의 주재’, 이 세 가지의 결합이다.(136항 참조)
다름을 불편해하는 공동체는 끼리끼리 어울리게 마련이다. 그 폐쇄성은 어쩌면 ‘열린 교회 닫힘’이라는 농담처럼 교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000여 명 응답자 중 33.1%가 교회에서 가장 변해야 하는 문화 중 하나로 ‘신자들 간 끼리끼리 문화’를 꼽았다. 서울대교구 수유동본당(주임 장광재 요아킴 신부)에는 그 닫힌 분위기를 유쾌하게 깨뜨리는 청년 공동체가 있다.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답게 장애, 국적, 신앙, 나이 등 상관없이 누구나 환영하는 청년 공동체 ‘종들의 종’(단장 신명덕 에스텔·지도 신웅 바오로 신부)이다. 다름을 포용할 줄 아는 것만큼 청년다운 열린 감수성은 없지 않을까. 그 감수성을 간직한 단원들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돈독한 친교를 나누고 있었다. 국적·장애·나이 등 장벽 넘어 다양한 청년들 어우러지는 공동체 성경 공부·묵상 나눔으로 믿음 다져 “고유성 포용받는 기쁨 커” ■ 종들의 종 “열린 감수성을 지닌 청년들에게, 성당마저 갈등을 피해 끼리끼리 모이는 공간이 되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결국 하나라는 기쁨을 안겨주는 공동체가, 성당에서일수록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갈수록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 시대다. 그만큼 갈등의 소지가 되는 것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주임 신웅 신부는 바로 이러한 사목적 문제의식에서 2023년 11월 종들의 종을 창단했다. 그해 9월 본당에 부임한 지 2달 만이었다. 학력, 소득, 세대, 장애·비장애, 인종, 종교 등 사회적 갈등들을 경험하는 서로 다른 청년들이 조건 없이 함께하며, 두루 품으시는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게 이끌어주려는 진심이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26명 단원 중에는 장애를 지닌 청년들, 한국어 소통이 어렵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도 있다. 신앙이 없어도 종들의 종부터 들어와 교리교육을 받게 된 청년도 8명이나 된다. 단원들은 매 주일 청년미사(오후 6시) 전 다 같이 모여 성경을 함께 읽고 기도를 봉헌한다. 첫째 주는 미사 1시간 전 모여 묵주 기도를 바친다. 둘째 주와 넷째 주는 2시간 전 모여 신 신부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이어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셋째 주에는 단원들이 각자 작은 정성을 모아, 청년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신자를 위해 말씀 사탕과 함께 선물을 준비한다. 올해 3월(성 요셉 성월)에는 성가정상 키링을, 6월(예수 성심 성월)에는 예수 성심 그림 편지지를, 10월(묵주 기도 성월)에는 참례자 모두를 위해 봉헌 초 140개를 만들어 봉헌했다. 단원들이 돈독한 친교를 맺는 핵심은 무엇보다도 신앙의 근본인 성경을 다 같이 읽고 그 배경을 함께 공부하며, 묵상한 내용을 서로 나누는 데 있다. 말씀을 따라 살고자 노력할수록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핵심인 ‘조건 없는 사랑’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두 차례 떠나는 피정은 서로 사랑과 용기를 심어 주는 장이 된다. 그 안에서 싹트는 마음은 “우리는 하느님의 종이면서 서로를 섬기는 종이기도 해”라는 사랑이다. 그렇기에 종들의 종은 단체에서 직함을 가진 청년들 위주로 움직이지 않는 평등함이 매력이다. 신앙 지식이 적은 예비 신자도,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도 상관없이 모든 단원이 같은 발언권으로 의논하고 공동체를 함께 움직인다. 신명덕 단장은 “누구에게나 부족함이 있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부족함을 서로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구별 없이 품는 하느님 “나를 있는 그대로 품으시는 하느님의 숨결이 단원들 덕에 와닿아요.” 황은규(그라시아) 씨에게 청각 장애 3급이라는 ‘개성’은 종들의 종 활동에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 종들의 종 총무로 소임하는 그는 “편견 없이 나를 믿어주는 단원들 덕분에 단체 활동에도 신앙생활에도 더욱 열심해진다”고 고백했다. 황 씨가 요즘 고백하는 통찰은 “어쩌면 내가 가진 ‘특별함’은 내가 하느님 안에서 나와 다른 청년들과 친교를 맺는 문이 될 수 있겠다”는 묵상이다. 이렇듯 다름이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 종들의 종만의 조건 없는 사랑 때문에 단원들은 매 주일 청년미사 전 모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단원들은 “구별 없이 품으시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모은다. 누구나 특정 기준에서는 소수자가 되기 마련임을 알기에 단원들은 묵상 나눔 시간이면 서로 자신감을 갖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다름 때문에 소극적이었던 장애인 단원들도 종들의 종에 들어오자 모두 활발해지고 취직에도 성공했다. 신 단장은 “회식 때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제가 한턱냅니다’ 하던 한 친구의 꽃다발 같은 미소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웃었다. 개신교 신자였다가 가톨릭교회로 입교를 준비 중인 조성재 씨는 “함께 성경 나눔, 묵주 기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주어지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을 실천하는 기회는 삶에서 많지 않으니 종들의 종이 존재가 더욱 값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조 씨는 묵주를 들어보였다. ■ 너와 나의 고유성을 위하여 다름을 존중하기는커녕 배려조차 피곤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종들의 종은 어떤 답을 던져줄 수 있을까. 이탈리아인 단원 에스텔 주앙(Esther Joao) 씨는 “‘너’와 ‘나’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앙 씨는 피부색이 검고 한국어 소통이 어렵지만 “벽을 넘어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그리스도 말씀대로 포용하고 또 포용받는 기쁨이 무진장하다”며 웃었다. 브라질에서 온 마리아 빅토리아(Maria Victoria) 씨가 종들의 종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다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편안한 분위기다. 빅토리아 씨는 “브라질에서는 한국과 달리 다 함께 성체조배를 자주 하는데, 한국 청년들도 다 같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렇듯 다름은 단원들의 친교에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 역할하고 있다. 예비신자 진연욱 씨는 통신교리를 이미 마쳤음에도 자청해서 종들의 종에서 교리교육을 다시 받고 있다. 진 씨는 “다른 성당에서 세례를 받을 수 있지만, 본당에서 단원들이 축하해 주는 가운데서 입교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진 씨는 ‘아우구스티노’를 세례명으로 할 것을 고민 중이다. “존재론적으로 깊은 고찰을 했던 성인의 면모가 너와 참 닮은 것 같아”라며 단원들이 추천해 줬기 때문이다. 그는 “모로 가든 내가 하느님을 만난 건 여러분 덕분인 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씽긋 웃었다. 신 신부는 “이렇듯 ‘다름 안에서의 함께’라는 가치에 목마른 청년들 갈망에 귀 기울이고 그 여정을 동반한다면, 지금도 길 잃고 헤매는 수많은 청년이 가톨릭교회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2025년 희년을 맞아 전국 각 교구 교구장들은 사목교서 및 사목서한 등을 발표하고 복음의 기쁨을 더 깊이 체험하며, 선포하는 기쁨을 누리는 한 해로 가꾸어가기를 희망했다. 아울러 희년과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준비, 가정 복음화 등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희망을 선포하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순례하는 여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를 강조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희년의 목적과 의미는 ‘구원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을 깊여가는 해'이며 이에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역설한 정 대주교는 “신앙 여정은 그분의 인격과의 만남 여정이고 그분과 사랑의 우정을 깊여가는 여정이기에, 성시간 성체조배 등을 통해 그분을 만나며 애덕 실천, ‘사회적 약자’와 동행 등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기쁨을 살자”고 밝혔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교구가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를 주제로 2025~2026년을 전례의 해로 지내게 됨에 따라 “모든 이가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를 체험하고 기쁘게 거행하는 방법을 함께 찾자”며 “또 전례 예식의 외적인 형식에만 갇히거나 예식 규정을 준수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예수님 마음과 모든 신자 마음이 맞닿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지난 2년간 교구 사목 교서에서 언급했던 4개의 기둥을 지속해서 유지하며 “특별히 희년, 축성 생활, 세계 청년대회 준비, 그리고 가정 안에서 신앙 이어주기에 더 관심을 두도록” 초대했다. 2024년부터 3년 동안 ‘가정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새해는 특히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고 새로운 가정 복음화의 길을 걷자"고 부탁하며 각 본당의 매월 마지막 주일 가정 성화 미사 봉헌, 「생명의 복음」 회칙의 4장 묵상 등을 구체적 실천 사항으로 제시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2024년 사목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두 번째 후속 권고-성체와 가난’으로 2025년 사목교서를 대체하고, “삶의 회심을 통한 이웃과 병든 자연을 위해 당당히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제안했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2028년 교구설립 80주년을 앞두고, 3년간 나아갈 방향을 사목교서에서 제언하며 “성당이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의 인격적인 만남이 가능한 공간이 될 것, 평신도 지속 양성, 사회복음화와 사회복지 활동 활성화” 등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또 사제들에게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강론과 새 영세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는 2025년을 ‘청소년·청년의 해’의 두 번째인 ‘배움과 체험의 해’로 선포하고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심을 알고 말씀과 기도와 전례 안에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또 각 지구별로 올해 ‘젊은이의 날’을 계획하고 실행할 것, 타 본당 및 수도회와 동반해 청소년·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 등을 제의했다. ‘최양업 신부님의 영성과 삶을 내면화하는 교구 공동체의 해’를 강조한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며 기꺼이 응답했던 소년 최양업, 꺾이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했던 청년 최양업 등을 기리며 그분 영성과 삶을 내면화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희망의 희년을 보내면서 교구 모든 신자가 늘 실천해 왔던 성체조배의 삶을 생활화하자”고 당부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성체의 신비와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신자가 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는 희망의 전도사, 희망의 선포자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2024∼2026년 사목교서에서 “2025년에는 친교를 위한 전례 중심의 일상생활,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 생태적 회개를 위한 계획 수립 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2025년 교구 설립 60주년을 맞은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교구설정 60주년과 교황님이 선포한 희년을 맞이해 좋은 생각, 선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자”며 “하느님으로부터 놀라운 은총을 받은 것을 감사하며 우리도 이웃에게 사랑과 호의를 베풀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산교구장 서리 신은근(바오로) 신부는 “기쁨의 신앙생활을 위해 성체성사를 가까이하고 성체조배를 통해 살아계신 예수님 말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하루 15분의 성체조배와 성경을 가까이 두고 읽기를 권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2021년 발표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특별 사목교서에 따라 교구와 각 본당이 생태적 삶을 통해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길 청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시노드적 요소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제뿐 아니라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하느님 백성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평화는 교회가 지향해온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며,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전쟁과 기후 위기 등 평화를 위협하는 현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구체적인 다가서기’를 실천하는 도구이길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장으로서 첫 사목 교서를 발표한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사목 지침을 통한 7년간의 신앙 여정을 제기하고 “처음 4년은 성경 말씀·기도와 성가·교회의 신앙고백·성체성사에 중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고, 다음 3년 동안은 주님을 만난 기쁨의 열매인 친교·선교·사랑의 봉사에 역점을 두는 교회 공동체로 살자”고 당부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2027년 서울 WYD를 앞두고 2025년 ‘군종교구 청년대회’ 개최를 준비해 젊은이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고 깊게 믿으며, 신앙의 굳은 결단을 내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돕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을 신앙 회복과 성장을 위한 견진성사의 해로 설정해 영적 생명이 성장하는 해로 삼자”고 전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이하 대회)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이냐시오) 의원과 국민의힘 김상훈(베드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59명은 11월 7일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이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운영의 법적 근거와 대회의 원활한 준비·진행을 위한 특례조항을 담았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조직위 활동은 더 큰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안은 우선 대회 준비와 개최를 위해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조직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조직위 요청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부금품을 수집하는 데 있어 「기부금품법」의 특례조항으로, 자발적으로 기탁되는 기부금품을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조직위가 접수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또한 대회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법률이 요구하는 부담금 등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항들도 눈길을 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관한 특례를 규정해 많은 인파가 수도권과 다른 지역 간 이동하는 일정에 대응하도록 했다. 더불어 테러와 안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회 참가자 보건안전에 대해 적극 협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본대회가 서울시에서 열리는 만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권한 일부를 대통령령에 따라 서울특별시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조직위의 자원봉사자 모집, 정부의 ‘2027 서울세계청년대회 정부지원위원회’ 설치, 대회 관련 시설을 짓거나 보수할 경우 필요한 사업비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조항이 있다. 법률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돼 각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본회의 통과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신자 국회의원 등 여야 불문 59명의 발의 의원을 모으면서 국회 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한 모양새다. 한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 11명도 11월 19일 같은 제목의 법률안을 제출했다. 대회 종료 후에도 사용된 관련 체험장·전시관 등 시설을 각 행정기관의 장이 종교문화와 여가활동 활성화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내용 등을 앞서 제출된 법률안에 추가했다.
“몸신학 피정을 통해 혼인 성소를 깨닫고 가치관을 정립하게 됐어요. 결혼을 고민하는 분들이나 예비·신혼부부에게 추천합니다.”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선교회(한국지부장 우기홍 미카엘, 담당 김태형 베드로 신부, 이하 ICPE)는 11월 22~24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교육관에서 청장년 대상 ‘몸신학 시그널 심화 피정’을 열었다. 피정은 ‘성과 사랑의 의미’, ‘왜곡된 하느님의 상과 정체성’, ‘생명’, ‘성의 구원과 정결’ 등 청장년 관심사와 눈높이에 맞춘 강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높은 호응을 받았다. 몸신학 관련 피정을 세 번째 참가하며 신앙 속 결혼관을 배웠다고 말한 임현서(라파엘) 씨는 “평소 제가 성·사랑·생명에 대해 무지했다는 걸 알았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선영(세라피나) 씨는 “평소 교회 속 여성의 역할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피정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상하관계가 아닌 평등함 속 다른 존재라는 걸 배웠다”며 “성·사랑·생명에 대해 원론적인 가르침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솔직하게 터놓는 내용이 많아 좋았다”고 밝혔다. 11월 23일 ‘혼인과 독신’에 대해 강의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강의에서 “우리는 감추려고만 하는 사회 속에서 잘못 배운 왜곡된 성 지식을 가지고 있어 진정한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다”며 “하느님은 서로 통할 수 있는 같은 인간을 협조자로 만드셨기에 오해와 소유를 넘어서 함께 일치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신부는 “우리 교회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한 경향이 있었는데 현대 사회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 낙태, 안락사, 체외 수정 등은 모두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침과 허무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요즘 유행하는 마음 챙김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나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ICPE 고문 최봉근(티토) 선교사는 “‘몸의 구조가 다른 남녀가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되는가’에 대해 하느님 뜻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몸신학”이라며 “피정이 절대적인 진리에 목말라하는 청년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 생명위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이번 피정에는 신혼부부 등 14명의 교육생이 참가했다. 청년 대상 선교 단체인 ICPE는 이외에도 남녀 청·장년 신자 만남의 장인 ‘지저스 시그널’ 피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참가자들이 혼인 성소를 발견하는 데 힘쓰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의료기관 다섯 곳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함께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현수 토마스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의료원장 노광수 그레고리오 신부), 부산가톨릭의료원(의료원장 김윤태 루카 신부) 부산성모병원과 메리놀병원, 청주성모병원(병원장 이준연 요한 사도 신부)은 11월 25일 오전 11시30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데레사관 세미나실에서 ‘가톨릭의료기관 협의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개 의료기관은 이날 ▲가톨릭 이념 실천을 위한 사항 ▲기관 운영과 경영에 필요한 정보 공유 ▲인적자원 교육 및 교류 ▲장비와 비품 등 물품 구입에 관한 협력 ▲기타 각 병원이 협력하고자 합의한 사항 등에 대해 함께 노력하기로 협의했다. 노광수 신부는 “우리 병원들은 하느님 백성답게 병원을 운영하고, 환자를 사랑과 섬김으로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 목적을 갖고 있다”며 “오늘 업무협약을 통해 서로 협조하고 우리 각자도 더욱 발전하는 그런 교회 병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신자분들이 모금으로 지원해 주신 노트북과 모니터, 정말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해 우리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잘 생활하도록 하겠습니다.” 11월 24일 자 「서울주보」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소식 코너에는 목포 성모의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대학에 다니는 한 엄마의 사연이 실렸다. 본당의 ‘천원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가 되자’(이하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 지원을 받고 보내온 감사 편지였다. 이날 주보에는 11월 자오나 학교 후원에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도 소개됐다. 지원금 덕분에 기숙사 컴퓨터를 최신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본당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취지로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가 10개월 동안 23곳에 사랑을 전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뤘다. 본당은 11월 23일 오후부터 성당 마당에 설치된 게시판을 통해 천원의 사랑 실천 후원금이 전해진 곳을 표시하고 각각 얼마의 성금이 기부됐는지 공유했다. 매달 마지막 주일, 당월 모금 내용과 봉헌 사항을 공지해 왔지만, 그동안 신자들이 전한 전체 후원금 규모를 알리고 내년 희년 한 해 동안 이웃 돕기 노력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취지다.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는 매달 첫째 주일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1000원을 ‘천사 바구니’에 봉헌하면, 본당은 봉헌금의 10%를 추가한 성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동 밥집 후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3개 시설·단체에 정성이 전해졌다. 신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9934만원. 여기에 본당 지원액 10%와 기타 금액을 합친 총 1억1956만4300원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쓰였다. 11월 24일 11월 24일 명동주교좌대성당 마당에서 조성풍 신부(오른쪽 두번째) 가 천원의 사랑 실천 관계자들과 나눔 내역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이주연 기자.별도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위원회'(위원장 서범석 바오로)를 구성해 후원 대상과 선정 작업을 진행했던 본당은 직접 후보 기관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본 뒤 위원회 전체 회의로 지원을 확정했다. 지원도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 또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정 기탁하는 형식으로 해서 한 발 더 어려운 이웃 사정에 다가가려 노력했다. 신자들의 호응도 컸다. 시작한 지 5회째인 6월부터 모금액은 매달 천만 원을 넘어섰고 11월에는 1300여만 원이 모였다. 요즘은 기금을 모으는 ‘천사 바구니’에 1만 원권, 5만 원권도 다수 놓인다. 천원의 사랑 실천이 신자들에게 사랑 나눔과 복음 실천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조성풍 신부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처음에는 500여만 원이었던 모금액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숯불이 모여 커다란 숯불을 이루는 것을 체험했다”며 “모두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예수님 사랑 실천과 이웃 사랑 실천이라는 면에서 더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의 슬럼화된 공간이 본당 공동체와 만나 밝은 빛을 되찾고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주임 박성우 요한 사도 신부)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에 ‘서리풀정원’을 조성하고 지난 11월 10일 축복식을 가졌다. 성당 동편에 자리한 2400㎡ 면적의 녹지. 서리풀정원이 들어서기 전 벤치 몇 개가 놓여 있던 이곳은 성당 벽과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가로막혀 밤에는 청소년들이 종종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기 일쑤였다. 본당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구와의 녹지입양 협약식을 통해 서울시 1호 녹지입양 기관이 됐다. 녹지입양은 녹지에서 가까운 기관이나 단체에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본당은 협약에 따라 5년간 이 공간을 관리한다. 본당은 서초구의 지원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자리한 정원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했다. 신자가 아닌 주민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색채를 절제한 14처 조각을 세우고, 신자들에게는 십자가의 길에 대한 해설집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그동안 성당 안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던 신자들은 푸른 신록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보다 깊은 교감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관리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교회가 지향하는 연대성 실현에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본당은 서리풀정원에서 시화전과 음악회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성우 신부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주셨던 예수님처럼 성당의 공간도 누구나 와서 기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리풀정원은 신자가 아닌 누구나 오셔서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혼 깊은 곳까지 위로하시는 세례의 물방울은 신의 손길이 닿은 위로였을까…. 세례받던 그날의 눈물은 지금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11월 15일 인천교구 서운동성당(주임 정인화 야고보 신부) 도서관 ‘빈숲’에서 열린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 ‘세례받던 날’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안명숙(마리아·인천교구 중3동본당) 씨는 30년 전 입교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묵상으로 신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힘겨웠던 안 씨가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딸아’ 하며 품어 주신 그분의 뜨거운 사랑에 그토록 눈물이 났었구나” 하고 고백하자, 신자들은 “자매님 덕에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 숨결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은혜로움을 표했다.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은 신자들이 삶에서 발견한 하느님 신비를 글로 나누며 영적 힘을 주고받는 자리다. 2022년 3월부터 꾸준히 가져온 책 읽기 모임에 이어, 올해 10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리고 있다. 함께하신 하느님을 독서로만 어렴풋이 생각하는 걸 넘어 글로 고백함으로써 신앙 체험을 더욱 깊이 완성해 나가는 취지다. 신앙을 중심에 두지 않은 나눔과는 무엇이 다를까. 피상적 경험으로만 남겨질 수 있던 일화들에 하느님 현존을 덧입히는 ‘묵상’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빈숲 담당 조정옥(크리스티나, 필명 조연수) 시인은 “하느님이 빠진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면 기쁜 일에는 그에 대한 감사밖에, 고통에서는 아픔만 읽어내기 마련”이라며 “관계 안에서 신비를 찾고, 고통 안에서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신 하느님을 발견할 때 비로소 극복의 믿음을 갖게 됨을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전했다. 신자들은 어렴풋한 감상이 글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다는 것, 그리고 서로 나누며 신앙을 견고하게 다진다는 것이 여느 모임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신부님의 찰고(察考) 때 틀리면 세례를 못 받을까 봐 걱정 반, 두려움 반, 떨림 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설렘 한 스푼.” 초등학생 때 입교한 백경하(세라피나·교구 서운동본당) 씨는 “세례받은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분을 향한 ‘설렘’에 집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백 씨는 “그분을 잘 알기 전부터 뛰던 가슴을 묵상하자 신앙인이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며 “이렇게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글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만나라고 주신 선물인 것 같다”며 전했다. ◆ 미니 인터뷰 - 본당 도서관 ‘빈숲’ 담당 조정옥 시인 “책 읽는 공간 넘어 신앙 나눔 장소로" 조정옥 시인은 2007년 10월 도서관 ‘빈숲’이 개관한 이래 꾸준히 도서관을 지켜왔다. 그는 “사람들이 독서뿐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 속 하느님 숨결을 찾아주는 공간이 성당에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조 시인은 주중에는 지역 도서관, 학교 등의 글쓰기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아마, 토마토」, 「가시가 자라는 방식」, 「침묵을 대하는 방식」 등 시집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빈숲지기’ 역할에 열정적인 이유에 대해 조 시인은 “글은 우리가 신앙을 깊이 있게 나누는 매개체가 되고, 도서관은 우리가 그런 글을 읽을뿐더러 쓸 기회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나 관계의 상처, 상실의 아픔을 떠안고 살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소회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고 솔직히 고백하게 되죠. ‘속생각’이나, 정돈되지 않은 감상만 내뱉게 되는 ‘말’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운영 및 관리 비용 문제로 빈숲이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 ‘나눔의 공간’임에 공감하는 신부들과 신자들의 도움으로 빈숲을 지켜올 수 있었다. 덕분에 종교, 인문, 고전 등 8000여 권의 다양한 분야 도서를 소장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코믹북 「흔한남매」 시리즈 등 신간도 꾸준히 들어온다. 이러한 나눔의 연장선에서 ‘내 마음 한 문장 써보기’ 등의 모임을 열어온 조 시인은 “모임에서 나눈 글을 회보처럼 만들어 주보 간지를 통해 전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웃의 신앙 고백인 만큼 다른 신자들에게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더 큰 나눔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13년간 카페 운영 수익금 약 2억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온 본당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주임 김준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은 본당 카페 ‘카페나루’의 수익금 1000만 원을 11월 11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에 기부했다. 2011년 문을 연 카페나루는 그동안 노비따스 어린이 합창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에 누적 총 1억 8600만 원을 기부해왔다. 김준철 신부는 “가까이 있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명동밥집 기부를 결정했다”며 “춥고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우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며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카페 수익금 기부는 카페 봉사자들의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근 10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카페나루 오혜미(세라피나) 회장은 “하느님께서 이어주신 끈끈한 공동체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며 신앙심도 깊어졌다”며 “모아진 작은 정성이 뜻깊게 쓰여 보람있다” 말했다. 카페나루 윤현중(아폴로니아) 총무는 “신자분들께 맛있는 음료를 드리는 봉사만으로도 기쁜데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니 더 힘이 나서 활동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웃 돕기로 이어지는 카페 이용에 대해 신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평소 카페나루를 자주 이용한다는 윤수년(아녜스) 씨는 “개인적으로는 기부할 기회가 적은데 공동으로 기부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명동밥집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포근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희(데레사) 씨는 “신자들과 친교하고 기부까지 하게 돼 일석이조라 카페나루에 자주 온다”며 “우리의 기본 정신인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라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